파인만은 머레이 겔만과 칼텍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물리학자에는 그리스인과 바빌로니아인이라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을 합니다.

바빌로니아인은 숫자, 방정식, 기하학 등에서 큰 획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계산 방법이 실재하는 물리적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느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것이 정확하거나 더 커다란 논리체계와 맞는지를 따지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스인은 정리와 증명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어떤 진술이 공리나 가정의 체계에서 나온 정확한 논리적 결과물일 때에만 그 진술을 참으로 여겼습니다. 현대의 수학적인 엄밀함이 바로 그리스인들의 중요한 관심과 거의 일치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바빌로니아인은 현상에 무게를 두었고 그리스인은 질서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리스인은 수학의 논리적인 원리를 이용해 체계화된 수학을 만드는데 능통합니다. 물리학자들 역시 수학적인 질서와 아름다움에 따라서 이론을 설계하기도 합니다. 반면 바빌로니아인은 상상력과 직관, 본능에 더 능통합니다. 따라서 수학적인 난제나 논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물리적인 현상을 관찰하고 해석하여 이론을 만듭니다.

그리스인과 바빌로니아인은 각각 쿼크를 이론적으로 발견한 머레이 겔만과 QED를 정리한 리처드 파인만에 해당된다고 파인만은 생각했습니다. 머레이 겔만은 쿼크를 이론적으로 예측하면서 팔중도 모형을 만들어냅니다. 질서와 체계를 만든 것이지요. 반면 파인만은 자신의 직관과 상상력으로 기존에 존재하지도 않던 경로적분이라는 수학적 도구를 만들고 마술같은 설명으로 광자와 전자기의 상호관계를 서술합니다.

 대부분의 그리스식 교육을 받은 물리학자들은 그래서 파인만을 전설로 생각합니다. 그 황당한 상상력과 직관이 이론물리학에서 큰 획을 그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론물리학의 체계를 잡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사람은 오히려 머레이 겔만이었습니다. 어떤 학자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으며 그 이론은 뒤에 숨겨진 질서를 찾기 위한 하나의 초석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그는 1970년 후반에 이미 초끈이론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었을 정도였지요. 그 당시 초끈이론의 황당한 차원과 수학적인 문제들 때문에 대부분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초끈이론의 아이디어 역시 이전의 S행렬이론처럼 지나가는 이야기쯤으로 치부하기도 했을 때였습니다.

 오래 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그리스인과 바빌로니아인처럼 대립했었다고 합니다. 플라톤은 영원불멸의 규칙이나 패턴이 있으리라고 믿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규칙이나 추상은 신화정도로 생각했으며 자연의 현상에 더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리스인과 바빌로니아인은 현대물리학에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서로 보완적인 관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종류의 물리학자이건 자연을 설명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레너드 믈로디노프 (세종서적,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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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다음 블로그에서 다시 긁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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